1. 사회 비교 이론이란
사회 비교 이론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 (Leon Festinger)가 1954년에 제안한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 능력이나 의견을 사회와 비교하려는 동기 욕구를 가진다. 대부분 사람들은 비교 평가 기준이 키와 몸무게와 같이 객관적인 것을 선호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비교 기준이 객관적일 수는 없다. 이러한 객관적 기준이 없을 때 사회적 비교가 발생하는데, 자기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자신을 정의하기 위해 인간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나를 평가한다는 이론이 바로 사회 비교 이론이다.
1992년 미국 심리학자 빅토리아 메드벡 연구팀이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시상식 표정을 분석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가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왜 은메달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의 얼굴이 밝았던 것일까? 이는 페스팅거가 말하는 비교 방식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먼저 사회 비교 이론의 전제로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 능력이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나와 유사한 사람과 나를 비교하여 평가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특징에서 나보다 더 우월한 대상과 비교하게 되는지, 더 열등한 대상과 비교하게 되는지에 따라 나뉘게 된다.
2. 상향 비교와 하향 비교
상향 비교는 나보다 더 우위에 있는 사람 혹은 집단과 나를 비교하는 방식을 말한다. 보통은 현재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경우 상향 비교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자기보다 멋진 몸매를 소유하고 있는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다. 상향 비교의 원인이 자신보다 높은 대상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을 자신과 비교되는 높은 대상의 일원으로 포함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어서라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상향 비교가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경우 비교만으로도 스스로를 향상하고자 하는 동기를 발생시킬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경우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감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
하향 비교는 상향 비교와 반대로 나보다 더 열등한 사람 또는 집단과 나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위협이 예고되는 상황에 주로 하향 비교가 나타난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Willis, 1981). 보통 '이것보다는 내가 낫다.'라는 비교 방식으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나는 지금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자기를 고양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친 하향 비교는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이론을 비추어 볼 때, 앞의 예시에서의 은메달리스트는 아쉽게 놓친 금메달을 딴 선수와 상향 비교하게 되고, 동메달리스트는 자칫하면 메달을 받지 못할 뻔했던 것에 대한 안도와 함께 하향 비교하게 됨으로써 보다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3.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생각
스마트기기의 대중화와 소셜 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사람들은 아주 쉽고 빠르게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면식도 없는 타인과 소통하며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은 짧은 영상과 사진 한 장으로 일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는 아날로그식 관계를 맺던 방식과는 범위도 속도도 차원이 다르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하기 전에는 타인의 사적인 일상을 실시간으로 목도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인간관계도 주로 오프라인상의 대면 관계로 국한되어 있어 비교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쌍방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팔로우를 통해 훨씬 더 광범위한 사람들과 선택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사회 비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되었다.
현실과는 다르게 가상공간에서의 자기표현 방식이다 보니 이를 사실 그대로가 아닌 새로 가공한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싸고 좋은 음식을 먹는 모습, 국내나 해외에서 여행하는 모습, 학교나 직장에서 상을 타거나 승진하는 성공한 모습, 가족 또는 애인이나 친구들에게 선물을 받거나 화목한 관계를 보여주는 모습 등 자신이 행복했던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SNS에 게시하는 것이다. 애인과 잦은 다툼으로 사이가 좋지 않다가 어쩌다가 하루 받은 선물을 SNS 상에 올려 행복한 일상을 연출한다. 이렇게 소셜 네트워크는 좋은 측면만을 강조하며 게시하는 경향이 높다. 따라서 보는 이들은 좋은 부분만을 정보로 취하게 되며 상향 비교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며, 실제로도 상향 비교의 경험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향 비교에 대한 경험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소외감을 느끼고, 자기의 현 상황에 대한 불만족감이나 분노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SNS는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며 이러한 현상은 젊은 층에서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
인터넷 뉴스 등 정보 매체를 통해서 SNS 우울증이 매우 심각하다는 기사가 올라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 아칸소대 연구팀은 약 1,000여 명을 대상으로 SNS와 우울증과의 연관성에 대해 6개월간 추적 관찰하고, 우울증 정도를 평가해 보니 이러한 SNS의 지나친 사용은 유해 정보에 노출될 뿐 아니라 자신과 타인과의 비교로 인해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우울 장애는 의욕을 감퇴시킬 뿐 아니라 신체의 상태나 행동에도 부정적인 변화를 불러온다. 증상이 심각한 경우 자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우울증 환자의 2/3에서 자살 충동을 느끼고 10~15%가 실제로 이를 시도한다(서울대학교병원 의학 정보). 그만큼 우울 장애는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임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러한 우울 증상의 발단 요인 중 하나인 SNS의 지나친 활용은 그만큼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레온 페스팅거의 상향 비교와 하향 비교는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 적절하게 비교할 때 그것은 나를 향상시키거나 고양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것이 지나치게 되면 개인적인 문제에서, 나아가서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는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레온 페스팅거가 말한 비교의 이유는 자신을 정의하기 위함이다. 비교할수록 부정적인 정서가 반복된다면 과감하게 비교를 끊을 필요가 있다.